만두... 좋아하세요?
저는 정말 좋아하는데요.
제 곁에는 만두를 좋아하는 만두 동료들 몇 명이 더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게임도 좋아합니다.

모두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물론, 제작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그리하여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말이 나왔던 건 작년. 노션을 파고 각자 만들고 싶은 게임을 가볍게 적었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게임을 제대로 구체화시켜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금이 6월 말이므로, 제대로 시작한 지는 한 달 정도가 되었군요.
한 달간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차츰 개발일지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그럼 시작!
구체화 전부터 게임에 반드시 가져가고자 했던 것 중 가장 핵심이 되었던 요소는 세 가지였습니다.
1.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타이쿤 게임일 것
2. 주요 인물이 누군가의 '주작'이라는 발언에 화날 것
3. 정신없고 빠른 전개의 우당탕탕 이야기이나 감동과 시리어스함을 녹여낼 것
1.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타이쿤 게임일 것
프로젝트의 시작이 '만두'였던 만큼 게임에 만두 요소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리고 '만두가게 운영'이란 소재가 나오고 평소 타이쿤 게임을 좋아했다 보니 장르도 타이쿤으로 설정이 되었습니다.
2. 주요 인물이 누군가의 '주작'이라는 발언에 화날 것
SNS의 게시글을 보다 보면, 항상 눈에 띄는 댓글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주작'이라는 댓글인데요. 정말 거짓이 담긴 게시글도 존재하겠지만,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에 무조건적으로 '저것은 거짓이다'라는 평을 내리는 이 현상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주작'이라는 두 글자로 한순간에 거짓된 삶이 되어버리는 게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
3. 정신없고 빠른 전개의 우당탕탕 이야기이나 감동과 시리어스함을 녹여낼 것
헛웃음을 터트리게 만들면서도 할 땐 하는, 기묘하게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앞으로의 개발을 기대해 주세요.
이 세 요소를 중심으로, 만두가게가 본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1. 6월 초, 첫 회의
기획A님과의 브레인스토밍 데이트.
게임의 콘셉트는 이전에도 어느 정도 잡아놨었지만, 중구난방으로 정리해 뒀기에... 방향성을 확립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회의에 들어가기 전, A님께서 수줍게 고백하시길...
기획A님: "근데... 사실 제가 ppt를 만들어서요... 혹시 그런 분위기의 회의가 아니었나요?"
나: "네?! ppt요?! ...사실 저도 만들었어요."

사이좋게 번갈아 ppt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발표에 사용한 제 ppt의 일부입니다.
게임의 기획의도, 기본정보, 레퍼런스, 스토리 메인 틀, 게임 플레이 방식, 재미요소, 구현 중요도, 개발 시 주의점 등을 작성하여 발표. 이후 서로의 아이디어를 합치고 정리하여 게임의 틀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토리는
1. 누리꾼의 '주작' 발언과 만두가게 사장의 키보드 배틀
2. 살인사건(...!)
이렇게 두 가지를 메인 틀로 가져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인물들의 기본 설정도 쌓았는데요.
만두가게의 직원인 주인공1, 사장인 주인공2, 범상치 않은 기운의 손님 메인캐릭터1
이렇게 세 명의 인물들이 탄생해 주었습니다.
2. 6월 둘째 주, 두 번째 회의
이번 회의부터는 아트B님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첫 회의에서 잡았던 주인공1, 주인공2, 메인캐릭터1의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스토리 틀을 잡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트B님께서 이전 회의록을 보시고 주인공1과 주인공2의 캐릭터 얼굴 외형 기초 시안을 만들어오셨어요...!

"다 귀여운데 어떡하죠?" "다 마음에 들어요." "진짜 좋아요..."
이런 대화가 넘쳐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토리의 중심 사건이 되어줄 키배사건과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새로운 인물들도 추가되었고요.
누가 어디서 어떻게 왜 언제 죽을지, 그리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이 회의에서는 스토리에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의 정체성 확립도 했는데요.
기획A님께서 적어주신 한 줄이 너무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옳다고 증명하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

완벽한 한 줄이에요.
증명을 요구하는 세상과, 그 세상에게 증명하려 애쓰는 사람들.
그 과정이 과열되며, 집착이 되기도 한다는 게 기획A님의 멋진 설명이었습니다.
만두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주인공1 직원.
'주작' 발언에 반박하고, 만두가 최고임을 주장하는 주인공2 사장.
주인공들만 해도 "자신이 옳다고 증명하는 일"을 중요시하고 있고,
그 외의 다른 인물들도 이런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두가게의 이야기가 이렇게 멋진 한 줄로 말끔하게 정리되다니... 기획A님께 뽀뽀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의젓하게 참았습니다.
고민하던 개발 쪽 일도 몇 가지 해결이 되었는데요.
플랫폼은 PC를 기반으로 하되 모바일도 고려하는 쪽을 선택했고, 유니티 버전도 결정했습니다.
3. 6월 셋째 주, 세 번째 회의
이번 회의의 주된 안건은 지금까지 나온 캐릭터 셋의 얼굴 외형 결정과 게임의 시스템적 기획이었습니다.
아트B님께서 주인공1, 주인공2, 메인캐릭터1의 얼굴 외형 2차 시안을 만들어오셔서, 그걸 보며 헤어컬러, 헤어디자인, 눈매, 액세서리 등을 결정했습니다.
아트B님께서 짜오신 외형들이 하나같이 예뻐서 정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지만... 다 같이 머리를 맞대어 인물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인공1: ㉮(살짝 올라간 눈) + B-3 헤어에 투톤 포인트 컬러를 분홍에서 민트로 변경
주인공2: B 헤어 기반으로 앞머리 수정 및 D 컬러 채택 + 동글안경 + 붉은 계열의 갈색 눈(적안)
메인캐릭터1: ①(생머리, 앞머리 살짝)
멋진 시안 짜주신 아트B님께 뽀뽀드리고 싶었으나... 이번에도 의젓하게 참았습니다.

다음은 시스템 기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게임의 화면을 크게 [시작 화면] [비주얼 노벨(스토리 진행) 화면] [타이쿤/가게 내부 화면] 세 가지로 나누어 필요한 화면들을 피그마에 정리했습니다.
시작 화면은 게임을 켰을 때 마주하는 화면으로,
- 부팅 씬
- 메인 화면
- 게임 시작, 불러오기, 설정, 종료 버튼
등이 포함됩니다.
비주얼 노벨 화면은 스토리 진행을 위한 화면으로,
- 캐릭터 네임택과 스크립트 출력 영역
- 선택지 버튼
- 캐릭터 일러스트
- 스크립트 출력을 위한 각종 부가 기능
등이 포함됩니다.
아래는 캐릭터 네임택과 스크립트 출력 영역을 임의로 단순하게 만들어 본 모습인데요.
노란색 단무지와 아이보리색 만두피,
노란색 단무지와 어두운 고동색의 간장.
이 두 가지 중 '어두운 이야기도 나올 것이니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색이 이야기와 잘 어울릴 것 같다.'라는 이유로, 후자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UI의 기본 컬러를 갈색 계열과 노랑으로 설정하고, 가게 내부의 포인트 컬러를 노랑으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가게를 경영할 가게 내부 화면은 오픈 준비 단계와 타이쿤 플레이 시에 깔리게 되는데요.
이 내부의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지 여러 시안을 짜보았습니다.
가게 관리가 행해질 카운터와, 음식을 만들 조리공간, 손님이 들어올 문, 손님이 앉을 테이블(혹은 바)의 위치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계속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는 다른 요소들의 위치 설정 또한 필요하답니다.
타이쿤 플레이 시의 동선을 잘 고려하여 구조를 짜야겠죠.
그리고 기획A님께서 새롭게 짜오신 화면도 있었는데요! 바로 출근길 씬입니다.
하루의 가게 영업 종료 후, 플레이어는 다음 날 다시 가게로 출근합니다.
그때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여 짧은 출근길을 걸어 가게로 오게 됩니다.
이 출근길 씬은 하루의 시작을 구분하고, 가게 밖으로 나와 공간을 환기해 주는 장치로 사용함은 물론,
스토리에 필요한 각종 연출을 넣어 게임에 몰입감을 더하는 장치로서도 사용하고자 합니다.
타이쿤 게임의 플레이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획A님께서도 ppt로 동선과 구조 등을 설정하여 플레이 방식을 설명해 주셨고, 저의 아이디어와 기획A님의 아이디어가 섞일 예정입니다.
비주얼 노벨(스토리 진행)의 방식도 논의했는데요.
만두가게는 타이쿤 게임에 비주얼 노벨식 스토리 진행이 함께하는 형태입니다.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조종하지만, 플레이어와 주인공이 동일시되진 않는 3인칭 시점의 형식입니다.
이러한 스토리 진행 씬을 게임의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발 협업 도구를 깃과 SVN 중 어떤 것으로 할지도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4. 6월 말, 네 번째 회의.
그래픽 콘셉트 설정
만두가게는 픽셀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게임인데요.
이 픽셀 그래픽을 어디까지 적용시킬지, 특히 UI까지 적용시킬지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각종 픽셀 게임으로 레퍼런스를 찾아본 결과, UI까지 픽셀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단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인물 스탠딩 및 의상
지난 회의에서 캐릭터 셋의 얼굴 외형이 정해졌었죠.
아트B님께서 그 외형을 기반으로 주인공1의 스탠딩 일러스트와 의상 시안을 그려주셨습니다.
필요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인물들의 의상은 최대한 변하지 않는 게 좋았는데요. 만두가게의 이야기가 8월~10월에 걸쳐 일어난다고 설정한 만큼, 여름에 덥지 않고 가을에 춥지 않을 적당한 길이와 두께의 셔츠가 채택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1의 특성을 살린 각종 액세서리 디자인도 결정되었답니다.
추가로, 스탠딩 일러스트 작업을 위해 캐릭터들의 신장(cm) 설정도 이루어졌습니다.
시스템 기획
만두가게에는 '발주' 시스템이 존재하는데요. 타이쿤 플레이에서 판매할 요리의 재료나 음료, 셀프바 재료 등을 주문하는 시스템입니다.
이에 적절한 재료를 발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이 발주의 과정을 쉽게 할지 어렵게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만두가게는 타이쿤 플레이를 위해 '발주' 외에도 다양한 시스템을 가집니다.
그중 특이한 게 있다면 바로 '주작 수치'인데요.
'주작'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인 만큼, 그것과 관련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타이쿤 플레이 중 플레이어가 특정한 선택들을 하면 '주작 수치'가 오르고, 이것이 일정 이상 누적되면 게임의 엔딩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 '주작 수치'도 다시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타이쿤 플레이의 판당 제한 시간, 버튼 UI 아이디어, 타이쿤에 등장하는 손님의 유형, 자동 저장과 수동 저장의 저장 방식 또한 논의했습니다.
스토리 설정
사건을 구체화하고, 이와 관련된 새로운 인물이 탄생했습니다.
기획A님께서 세분화된 에피소드 몇 가지를 만들어 와 주셨습니다.
만두가게는 비록 사람이 죽는 등 시리어스한 사건들이 일어나긴 하지만, 앞서 기술한 듯이 헛웃음을 터트리게 만들면서도 할 땐 하는, 기묘하게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은 가볍고 개그적 요소가 들어가는 순간이 상당히 있는데요. 기획A님께서 이를 위한 에피소드 몇 가지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제 취향으로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재밌어서... 설명을 듣는 동안 웃음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부디 기대해 주세요.
만두가게의 전반적인 스토리와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가게 운영 타이쿤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므로, 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한 달간의 회의 되짚어보기가 끝났습니다! 간단히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 보자면,
만두와 만두가게를 둘러싼 "자신이 옳다고 증명하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그런데 범죄를 곁들인...)
- 타이쿤 플레이와 비주얼 노벨을 통한 스토리 진행
- 타이쿤이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스토리도 타이쿤에 영향을 미침
- PC 플랫폼 기반(모바일 고려), 개발 도구 Unity
- 픽셀 그래픽 기반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한 달간의 회의를 정리하다 보니 스크롤이 많이 길어졌는데요.😂
개발 초기인 만큼 주로 게임의 콘셉트와 기초 기획, 기초 아트 등을 쌓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차근차근 게임을 더욱 구체화시키고 세분화하는 단계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저희는 이렇게, 서로 만두 먹은 걸 자랑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며 열심히 개발을 해나가고 있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만(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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